평범한 IT 서비스 기획자의 삶

행복한 IT회사는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회사는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매년 애자일을 외치지만 도입에 실패하고, 임원의 입맛에 맞을만한 서비스를 계획하고, 눈 앞에 보이는 문제 해결에만 급급하고, 레거시 코드에 허덕이고, 상사는 기술보다 정치에만 관심있고, 전략 기획과 서비스 기획도 구분 못하고, 능력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나만 빼고) 다들 좋은 회사로 이직해 버리는 곳.

브런치나 미디엄, 트위터, 혹은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는 유명한 회사에 다니는 유명한 기획자들이 많이 있다. 우리 회사의 동접이나 MAU는 상당하지만, 업계에서 손꼽을 정도까진 아니다. 내가 맡은 일은 직접적인 BM을 가진 것도 아니여서 오히려 사내 지원 업무에 더 가깝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내 배경이 별 볼일 없었던 것도 포함된다. (다른 이유들은 차차 풀어보자)

다행인 점은 정시 퇴근을 해도되고 내 능력에 비해 업무 강도가 낮아서 나는 여유 시간들을 이용해 유튜브를 운영해보고, 관심있는 분야의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었고, 중국어 공부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미루고 미뤘던 GAIQ와 태블로 공부를 생각중이다.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 있는 점은 기획자에게 행운이지만 실무에 활용할 수 없음에 고통받는 것은 불행이다. (그래도 워라밸 만한 복지가 없다)

한때 에이전시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기 때문에 혹은 영어를 못 해서(지금도 못 한다), 이런 연봉으로 이런 회사밖에 못 다닌다고 한탄하던 시절이 있었다. 과거형으로 쓴 것이 지금 회사에 만족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여기보다 더 야근만 많은 회사도 있고, 더 오래된 서비스를 유지보수하는데만 급급한 회사도 있다는 것, 새로운 기술은 나오지만 현재를 살아가야만 하는건 나만이 아님을 알게 되었을 뿐이다.

다들 성공한 회사의 성공한 경험을 참고하려고 하지 그저 그런 회사의 실패한 경험은 찾지 않는다. 애초에 그저 그런 회사는 실패를 정확히 보지 못하기 때문에 실패한 경험을 따로 기술하지도 않는다. 블로그를 해야 하는 이유중에 하나는 이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따로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외부의 기획자들을 만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지극히 나의 경험과 지식에 기반한 글들이 되겠지만, 그런 글을 블로그가 아니면 어디에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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